최우선 변제 적용 시점_경매의 시작

경매에서 임차인들이 받아가는 배당금까지 계산할 수 있다면 명도도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접근 할 수 있다.  `소액 임차인 최우선 변제`에 관한 내용과 관련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1.최우선 변제금 

`소액 임차인 최우선 변제`혜택을 볼 수 있는`소액 임차인의 범위`와 `배당액`은 등기부 상의 최고 근저당 설정 일자를 기준으로 정해진다._ 대법원. 02.3.29 

경매가 진행되는 현재는 소액 임차인에 해당되지만 `구법 (최초 근저당 설정년도 법률 기준)`에는 소액 임차인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근저당권자 (`구법` 하에 설정된 근저당권자)에게 변제권을 주장 할 수 없단 뜻이다. 

(예)
 A 아파트 2001년 7월19일 근저당이 설정.
2002년 4월 7일 보증금 4천 만원에 임차인 들어 옴.

현행법으로는 분명 소액 임차인이지만 위의 표에 근거해 살펴보면 1995.10.19~2001.9.14 서울 소액 임차인 한도는 보증금 3천만원이다. 소액 임차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만약 3천만원 이하로 보증금 설정을 했더라면 규정상  1200만원까지는 배당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래 사례 속 채무자는 이를 잘 알고 있었고 임차인으로 설정을 여러 개로 해 놓고 낙찰자를 기다린 케이스였다.   



2.첫 명도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경매를 시작한 나는 처음 학원 강의실에 들어 섰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기억한다. 누군가는 집에 막둥이 보다 어리다며 신기해 하셨고, 누군가는 새파랗게 어린 게 돈 독이 올랐다며 탐탁치 않게 보았다. 먹지 않은 나이를 어디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열심히 공부만 하던 어느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내가 짠해 보이였지 한 어르신이 말을 걸어 주셨다. 
 
"오늘 우리 팀 낙찰 받은 물건 명도하러 가는데 한번 같이 가볼텐가?" 
"네? 아..감사합니다."

어르신은 같은 반에서 공부하는 두 분과 팀을 이뤄 최근 서울 중심가 52평 아파트를 낙찰 받은 상태였다.  채무자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였는데 웬일인지 벨을 누르자 안에 채무자가 우리를 안으로 들어오라 문을 열어 주었다. 앞장서신 어르신을 따라 우리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꽤 잘 꾸며진 집은 남향 베란다를 가진 따뜻한 기운을 가진 집이었다. 차마 안방까지 따라 들어가지 못하고 현관 문턱에 앉아 있던 나는 어느 순간 방에서 들려오는 고성 소리에 허리를 바짝 세웠다.  "아니 이 사람들이 지금 장난하나?! 내가 그깟 돈 받으려고 기다린 줄 알아?" 채무자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고 바로 같이 온 20대 언니의 목소리가 이를 사납게 맞섰다.   


3. 경매꾼 위를 나는 채무자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사장님. 58평이라고 해도 다세대 주택도 아닌데 임차인이 4명이나 거주 할 수 있냐고요. 우선 변제권 노리신 거 아니예요? 이거 은행에 고소 당하세요.아시죠?"

"당신들 나가. 나 죽어도 못나가니까. 그런 줄 알어." 
대화는 잘 풀리 않는 듯 했다. 급기야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현관문이 철컥 열리더니 근처 중학교 교복을 입은 여자 아이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는 현관 문턱에 앉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라는 듯 했고, 나 역시 멍하니 아이를 올려다 봤다.다시 방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나는 벌떡 일어나 안방으로 걸어가 노크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모두 얼굴이 벌겋게 익어 있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내 출현에 놀란 눈치였다.
 
"사장님. 따님 오셨습니다. 저희는 나중에 부르시면 다시 오겠습니다." 
"..."
같이 온 팀원들은 어이없다는 듯 나를 올려다봤고 어르신도 몇 차례 꿈쩍이더니 남은 두 사람을  일으켜 현관으로 나왔다. 

문 쪽으로 걸어 다가오는 중년 남자의 얼굴을 찬찬히 쳐다봤다. 벌게진 얼굴에는 방금의 분노보단 딸에게 어찌 말해야 하나 당황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역력했다. 문을 열고 나간 그는 그때까지도 현관 앞에 서서 이쪽을 멀뚱히 쳐다보는 딸과 시선을 맞췄다.  
  
"방금 온 겁니다. 저희가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아.그...그래요. 그럼."

남자는 예의를 갖춰 고개 숙이는 나를 현관까지 배웅해 주었다. 살짝 기분 나쁜 듯 나를 째려보는 딸과 스치는 순간 나는 한번 중년 남자를 향해 인사했다. 고맙다는 듯 인사하는 남자를 보며 눈물이 나려 했다. 
`그때 내 아버지도 누군가 이렇게 위신을 세워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4. 어떤 명도도 쉽지 않다. 


근처 국밥 집에 다시 모인 우리는 긴장 됐던 당시의 감정을 털어내기 바빴다.
"인홍씨, 이제 보니 은근 사람 홀리는 재주 있네. 나이 어리다고 무시할게 아닌가봐!" 
요상한 말투로 나를 추켜 세웠다. 그러자 어르신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눈을 찔끔 찔끔거리며 국밥 그릇을 제게 가까이 당겨 주셨다.  
 
"어서 먹어요. 경매가 이렇게 고약한 순간이 있어. 다음엔 같이 방에 들어가요. 협상이라는 건 겪으면서 배우는 거야."
`...협상이라...`

저는 국밥을 이리저리 섞으며 5년 전 우리 집에 쳐 들어왔던 그들의 무례함을 상기했다.그들도 오늘 이들처럼 언성을 높이며 나의 아버지를 몰아 부쳐 협상이라는 것을 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오늘 그 소녀처럼 교복을 입은 채 현관 앞에 서서 아버지가 무너지는 것을 똑똑히 지켜봤다. 내가 그날 그 순간 바랬던 건 딸 앞에서 만큼은 최소한의 위신을 세울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열정이 담긴 강사의 수업을 한 번 듣고 나면 같이 수업을 받은 사람들은 순간 동요 되어 "채무자가 살고 있는 집은 명도가 쉬우니까."라며 한 20년 베테랑이라도 되는 양 중얼거린다. 과연 그럴까? 사실 그들이 만만해 하는 그 채무자는 불과 몇 년 전 아니 불과 몇 달 전에만 해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배수의 진을 치며 뭔 가를 목표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사비 몇 백에 웃고 웃는 사람일까? 명도 그 어떤 것도 쉽지 않다. 어쩌면 난 그걸 그때 알아 버렸던 것 같다.    


5. 마치며

사업 하셨다는 사연 속 채무자는 본인 집이 경매로 넘어가자 부랴부랴 소액 임차인을 등기에 올렸다. 등기에 올라와 있는 임차인들의 보증 금액을 보면 분명`수도권 최우선 변제금 최대 한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구성되어 있었는 걸 볼 수 있었다. 경매 신청자인 ** 은행 측에서 임차인들에 대한 `배당 이의의 소所`를 제기 할 확률도 있지만 서류 상으로는 소액 임차인들의 법적 문제가 보이지 않아 선.후 순위 없이 안분 배당 받는다면 그나마 가족들의 월세 보증금은 마련할 수 있을 듯 싶었다.